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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은 인정하지만 훔친걸 돌려주진 않아도 된다 - 라는 희대의 개그쑈가 딴에 나라의 최고 권위기관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날이다. 언젠가부터 개그가 현실인지 현실이 개그인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게 돌아가는 나라가 된 것 같아서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난감함에 한없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사실 헌재 결정을 별로 믿고 있지 않다가, 네이트온 알림창에 처음 '위법 결정' 속보가 떴을때 오오! 하고 외쳤기때문에 실망감이 더 큰것이리라. 마치 훼이크다 이 병신들아 공격에 제대로 당한듯한 기분. 일하고 있는 건물은 5층짜리 건물인데 4층에서 신종 플루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사방에서 웅성웅성 수근수근 분위기는 흉흉해지고, 화장실엔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치 많은, 손을 씻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이곳에서 근무하는 대한민국의 IT 근로자들은 내일 있을 산출물 제출에 대비하기 위해 어쩌면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날아다니고 있을지 모르는 사무실에서 환히 불을 밝힌채 야근모드로 돌입하고 있다. 어차피 신종플루따위로 죽을거면 죽었어도 벌써 죽었을테지 낄낄낄 이라는, 속편한 마인드의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흉흉한 분위기에 휩쓸리니 괜히 나오는 잔기침에도 신경이 쓰이곤 한다. 내일이 제출인데 아직도 작업해야 하는 산출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밤은 깊어가는데 하루종일 모니터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눈알 위로 조금씩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싸늘한 밤공기를 가르며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하나 사들고 편의점 앞에 비치되어 있는 테이블에 엉덩이를 붙였다. 오늘만 벌써 커피를 270ml 다섯통은 마신것같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담배연기를 모락모락 피워올리고 있는데 문을 열어놓은 편의점 안에서 노래소리가 흘러나온다.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다. 그러고보니 정신없는 일정에 쫓겨 가을인데 김광석의 노래들 한번 제대로 듣지 못하고 넘어갈 뻔 했구나.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인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밤을 또 잊지못해 세울까. 사실 언제나 그렇지만, 유난히 더 구슬프게 들리는 김광석의 목소리다. 어쩐지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쓸쓸하게 느껴지는 긴 하루다. 아, 재수없으면 철야가 될 듯 하니 긴 이틀이 되려나(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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