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균형, 가치의 취사선택, 그리고 막연한 혐오의 문제 -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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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통에 좀 두서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한다. 핵심적인 내용들만 좀 정리를 하고, 개인적인 생각도 좀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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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이야기에서, 여전히 소수자 취급을 받는, 힘없는 진보진영에 오히려 더 엄격한 도덕성을 강요하는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 얘기를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자. 이것은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과연 진보진영이 병신같아서 여전히 사회의 소수세력으로밖에 머물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진보진영이 소수이기에 가끔 대중의 혐오감을 와락 자극하는 병신짓을 하게 되는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나는 후자쪽에 손을 들어주는 입장이다. 물론 진보진영이 세력을 잡고, 사회의 다수가 되면 그런저런 병신짓들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거라 말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 진보진영에 날아드는 화살들은, 그들이 [소수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계속 되풀이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랄까.

앞선 글에 말한 도덕성의 문제가 우선 그러하다. 소수이기에, 대중에게 알려진 얼굴들이 몇 없기에 그중 하나가 병신짓을 한다고 하면 어휴 저 병신들이란 [싸잡음]을 당할 이유가 충분히 많다. 딴에 쟤들중에서 뭐 좀 한다는애가 저모양인데 나머지 애들은 어떠랴 - 라는 생각들을 품게 되기 매우 쉽다는 얘기다. 제식구 감싸기의 문제는 어떠한가? 소수이기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당에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인간이 엄한짓 한번 저질렀다고 해서, 넌 꺼져라 라고 잘라내기 쉽지 않은게 당연하지 않은가. 앞선 글에서 말한 훈장질의 이유도 다분히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많은 경우에 훈장질이라 불리울만한 얘기를 하는 상황을 보면, 내가 뭐라고 해봤자 니들은 내말 별로 들을 생각도 없잖아. 틀렸어 포기하면 편해 이런식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얘기도 한다. 쟤네들은 뭐 맨날 정부, 수꼴들이 비도덕적이네 하며 물어뜯기만 바쁘고 뭔가 사람들에게 어필할만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다고.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은데, 사실 이것도 들여다보면 참 뭐라 판단하기 난감한 부분이다. 이를테면 지금 진보진영에서 뭔가 킹왕짱 멋진 정책같은것을 들고 나왔다고 치자. 그러면 사람들이 우어어어 굉장히 멋져요 하면서 그들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던지겠는가? 아니란거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진보진영의 공약이란 것은, 허경영 공약급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뭐 좋은 말이네, 좋은 말인데, 니들이 그걸 할 수 있겠냐? 니네 의석수 몇개? 니들은 안될거야 아마. 이런 식의 생각들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던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정치 낙후국, 정치 후진국, 정치의 오지가 된 이유는 바로 그 편식의 폐해 때문이라고.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집단들이 서로 자신들의 지지층의 이익을 위해서 경쟁하고,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이놈이 이겼다가 때로는 저놈이 이기고 그래야 더 머리를 굴리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더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와 같은, 정치세력의 현저한 불균형은 보수에게도, 진보에게도 독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양질의 정치, 정당한 정책경쟁같은게 될래야 될 수가 없다. 이 판국이니 수꼴은 보수인척 하고, 보수는 진보로 몰리고, 진보는 좌빨로 오인되고 좌빨은 역적도당으로 취급당하는 정치적 정체성 대혼란이나 일어나고 그러는거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대중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병신 - 하는 정치혐오만 깊어가게 되는것이고.

개인적으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보수 5 : 중도 2 : 진보 3 정도의 의석수 분배다(개인적 정치 성향에 따라서). 이런 상황이 되어야 내가 뻘짓하면 언제라도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더 굽신굽신 한표를 위해 머리를 숙이고, 서로 정정당당하게 경쟁도 하고 때론 손도 잡았다가 때론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단순하게 좌우로만 갈라보면.

보수 :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당, 친박연대
진보 : 민노당, 진보신당, 기타

설마 민주당은 진보진영 아닌가여(...) 라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결론은 그거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말하는 [쟤네도 똑같다] 라는 식의 진보진영에 대한 편견은, 기형적 정치구조로 인한 부분이 많고, 그러니 조금 편견을 벗어던지고 미래의 가치, 정치발전을 위해서 이 사회에 뭐가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니 진짜 똑같은지 어떤지 보려면, 한번 뭐 화끈하게 밀어서 집권을 시켜주고 나서나 평가해볼 수 있는 부분 아니겠는가. 난 니들을 지지하진 않지만 니들은 쟤네랑 똑같음 - 이 말이 되냔 말이다. 잃어버린 10년, 좌파정권 어쩌구 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웃기지 마라. 이 나라엔 단 한번도 진보진영이 권력을 잡아본 경험이 없다. 인권변호사로써의 노무현은 어땠는지 몰라도 대통령으로써의 노무현은 지극히 정상적인 보수주의자였지. 그래서 나는 그를 지지했던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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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맞는 말 같기는 한데 저게 어떻게 이뤄지나요. 이게 사실 굉장히 심플하지만 이지하진 않은 얘긴데, 각자 자기 편 잘 찾아가면 된다. 3학년 4반 주제에 단상에 뛰어올라가서 이 내가 3학년 4반을 무참히 쓰러뜨리겠다라고 고함지르지 말고, 3학년 4반 응원하고 그러면 된다는 얘기다. 잔-뜩 좌빨같은 얘기를 늘어놓다가 그러니까 mb가 해주실꺼야 흐커커컥 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얘기다. 학교다니면서부터 빚쟁이, 졸업하면 비정규직이라고 한숨지으면서 비정규직 악법 개악 반대 집회하는 민노총 집회장 옆에 지나가면서 아무튼 빨갱이 쉐이들은 쯔쯔 하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다. 난 부자가 아니지만 언젠가 부자가 될테니까 부자 감세에 찬성해요 데헷, 이러지만 않으면 된다는 얘기다. 자기 편 잘 찾아가기가 우선이다. 청군은 청군으로, 백군은 백군으로. 난 3학년 4반이지만 5반 반장이 멋있으니 5반을 응원할테다 이러지 말고, 반대로 난 3학년 4반인데 우리반 담임이 엿같아서 5반을 응원할테다 이러지 말고, 그런저런 사람이 어쩌구 저쩌구 나발랭이들을 떠나서, 자신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줄 것 같은 집단을 지지하면 된다. 이게 종합적인 결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젊은 세대일수록 [편먹는 법]을 자꾸 배워나가야 한다. 친구들 몇몇끼리 패거리짓고 그런거 말하는게 아니라 정치에 대해서는. 진영논리는 나빠요 하고 넋놓고 있으면, 결국 똘똘 뭉친 이해집단들에게 끝없이 착취당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석훈씨가 88만원 세대에서 말한, 짱돌을 들어라! 라고 얘기한게 나는 이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신간 출판 인터뷰인가에서 88만원 세대의 싸우는 방식을 [스나이퍼] 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이게 틀린 얘기가 아니란거다. 지금 먹고 살기 힘들고 어려울수록, 난 이 미칠듯한 경쟁을 돌파해내고 말겠어, 나혼자서 적장을 해치웠다(...가 아니고) 라고 외치고 말겠어, 피라미드의 제일 윗자리는 내자리여 하고 내달리지 말고, 편을 먹고 편에 합류하고 같이 뭉쳐서 저항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안된다는 거다. 모두가 조자룡에 장익덕이 될 필요가 없다, 그런 얘기랄까.

시절은 수상하고, 수꼴들은 잃어버린 10년에서, 아예 좌뇌를 떼낼 정도의 과격한 우회전 드리프트가 정답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고 실천하고 있는데다가, 분명히, 분명히 지금 정부는 미래를 긁어와서 현재를 틀어막고 있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그 피해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될 이들은 바로 지금, 캠퍼스에서 취업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세대일테니까. 나는 짱돌을 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가치를 따져서, 스스로가 지지해야 할 정당을 선택하고, 선거날이면 기계처럼 일어나서 투표소로 향하는 어르신들보다 더 부지런히 일어나서 투표하러가고, 지금 당장은 나와 관련없는 어떤 소수집단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정도로도 우선은 충분하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를 마지막으로 정리해본다. 나는 목수정씨의 정명훈 어택에 히껍했고, 노정태씨의 팩트골룸 드립에 왓더...라고 어이없어했고, 김현진씨의 폭력&도용 사건앞에 이거야 원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가장 최근 한윤형씨의 섹스 칼럼니스트 드립에 지저스를 외쳤지만, 어쨌든 다음 선거에서 진보진영에 표를 던질 생각이다. 그것이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거란 의미에서. 긴 이야기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끝까지 오신 분들께는, 용자 인증을(뒤적뒤적)

by 매듭 | 2009/11/05 11:41 | 매듭 뎐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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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1/05 11: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매듭 at 2009/11/05 14:19
:) 반갑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용자인증 해드립니다. 하하.
Commented by Lon at 2009/11/05 12:49
간만에 댓글 남기네요. 의사가 왼쪽 손목 인대 염증 생겼으니 자제하라고 했는데.
가끔씩 올라오는 글에 뜨악하지만, 지금 제가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표를 던지는게 맞는 거겠죠.

갑자기 가난하고 힘없지만 보수라는 신념하에 한나라당을 지지하시는 아버지가 떠오르네요.
저랑 정치적 성향은 맞지 않지만, 보수에 계속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당색에 따라가는 올바른 방향인 것도 같고.

물론 저는 집에서 정치이야기를 가급적 회피합니다만ㅡ 공감가서 댓글 다는데, 중구난방이라 죄송하네요 ;ㅁ;
Commented by 매듭 at 2009/11/05 14:20
그러니까, 한나라당은 사실 보수라기보다... 그냥 숚....(쿨럭)
어른들을 설득하기는 많이 어렵지요. 또래들과 많이 이야길 나누고, 관심을 가지고 유도하는게 더 효율적! :)
Commented by 페리 at 2009/11/05 13:00
오오오...이런 한줄기의 빛같은 글!!!!

랄까 확실히 전 정치 이쪽도 저쪽도 맘엔 안들지만; 나름 찾아간다고 지켜보고잇는중인데,
여전히 잘 모르겟네요- 하는걸 보면 여기같기도 저기 같기도;
구구절절히 와닿는군요 ㅇㅂㅇ 몇몇 이거야원, 스러운 일도 있지만 그건 어느 한쪽만 있는건 아니니까, 잘 지켜보고 판단해야지 싶네요.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ㅇㅂㅇ 그러므로 용자인증!!
Commented by 매듭 at 2009/11/05 14:22
사실 뭐 어느 한쪽이 아니라, 아주 그냥 사방천지에 개판이죠 -_-; 그래서 더 옥석을 가리기 힘들어지는 오묘한 정치판. 그렇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선택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엔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지요 :)

스스로의 정치성향을 제대로 아는것도 쉬운일은 아니더라구요. 나도 이 나이를 먹기 전까지 난 진보인걸까?(...)라고 혼란속에 빠져있었다는.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1/05 14:11
저도 그 의석수 분배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로서, 그리고 정치판의 건전화를 위해서라도 진보는 3 정도는 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인데 요즘은 마음에 드는 진보정당이 없군요..
Commented by 매듭 at 2009/11/05 14:23
그러니까 말입니다. 고인물이 썩는다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진영을 떠나서 모두 다 나태해지고, 똑같이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지 않겠습니까.

사실 전 노빠였는지라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에도 여전히 좀 앙금이 남아있긴 한데, 그래도 요즘 한나라당이랑 정부랑 하는걸보면 한심하다못해 짜증이 나서 -_-;
Commented by Scully at 2009/11/05 17:27
신중하게 가치를 따져서, 스스로가 지지해야 할 정당을 선택하고, 선거날이면 기계처럼 일어나서 투표소로 향하는 어르신들보다 더 부지런히 일어나서 투표하러가고, 지금 당장은 나와 관련없는 어떤 소수집단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정도로도 우선은 충분하다.



백 번 공감합니다 !
시민 참여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한 것.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요...
Commented by 매듭 at 2009/11/06 10:00
뭐랄까, 현 정부 들어와서 [참여]의 중요성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 정도가 굉장히 아이러니한 -_-;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니 가카 요정설이 나오는걸지도(...)
Commented by 케이리엘 at 2009/11/09 00:26
내가 찍어봤자 안될게 될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난 허경영을 찍겠어 (...) 같은 사고방식만 없어져도
좀 나을거 같은데 말입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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